[논평] 삼성전자와의 3차 교섭을 마치고...
2014년 6월 25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반올림과 삼성전자의 3차 교섭이 열렸다. 양측은 약 2주 간격으로 교섭을 진행하고, 매 교섭이 끝날 때마다 주요 결과를 문서로 남기되, 모든 교섭이 끝나면 합의 내용을 모아 최종 합의서를 작성하는 등, 이후 교섭 진행과 운영의 원칙을 정했다.
한편, 이번 교섭에서는 지난 해 12월 반올림이 삼성에 공식 요구안을 전달한 지 반년 만에 비로소 그 요구안에 기초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늦었지만 반갑고, 반갑지만 아쉬움이 크다. 우리는 반올림의 각 요구안에 대해 삼성의 구체적인 입장을 듣게 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삼성이 준비해 온 입장은 지난달 14일 권오현 대표이사가 공개적으로 발표한 내용과 별 차이가 없었다. 요구안의 일부 내용은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전체적으로 삼성 측 교섭단은 반올림 요구안의 내용과 취지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거나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은 듯했다. 삼성이 성실하게 준비하여 다음 교섭에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날 교섭에서 삼성 측은 여러 차례 "가족들의 입장에서 보상 문제가 가장 시급하니 보상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논의하자"고 했다. 그러나 교섭에 참여하는 피해가족들 입장에서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 중 덜 급하거나 덜 중요한 것은 없다.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고통 중 어느 것이 더 크다고 가늠할 순 없으며, 이미 건강과 생명을 잃은 노동자들에 대해 책임지는 것과 다시 또 이런 비극이 재현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급하다고 비교할 수도 없다. 반올림의 요구안은 한 글자 한 글자가 피해가족들의 절박한 필요를 반영하여 만들어진 것이므로, 삼성이 임의로 경중을 가늠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모든 의제를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협상은 더 길어지고 말 것이다.
지난 5월 28일 열린 2차 교섭에서 삼성은 대화를 새로 시작하기 위한 신뢰 회복의 일환으로 피해가족과 활동가들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를 약속하였다. 그러나 삼성은 직업병 문제로 집회나 시위를 하다가 고소 당하여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던 12명 중 단 4명에 대해서만 고소를 취하하였다. 삼성은 남은 8명이 "협상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나, 이들은 모두 직업병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며 피해가족들과 연대해온 분들이다. 3차 교섭에서 삼성 측 교섭단이 "최대한 가족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겠다"고 거듭 약속한 것이 진심이라면, 삼성이 피해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동안 그 곁에서 연대해온 이들에 대한 고소 역시 조속히 취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