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 국제환경영화경선 장편 대상 <할머니가 간다>

경제 성장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베이비붐차일드>, <할머니가 간다>

2014-05-15     김영식 기자

지난 5월 8일부터 시작된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가 일주일 간 진행되어 오늘(15일)로써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특히,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경제성장과 환경, 인간과 자연환경, 현세대와 미래세대와의 공존 문제 등 이에 대해 우리 사회에 수많은 시사점을 남긴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는 궁극적으로 ‘환경과 인간과의 건강한 공존’을 지향하고 있다.

벤 나이트, 트래비스 러멜 감독의 <댐네이션 - 댐이 사라지면>과 함께 국제환경영화경선 장편대상 수상에 빛나는 <할머니가 간다>, 그리고 국제환경영화경선 단편작 <베이비붐 차일드>는 경제성장과 환경의 문제 제기, 그리고 미래 세대와 현 세대와의 대화를 통한 바람직한 사회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국제환경영화경선 장편대상 수상작인 호바르 부스트니스 감독의 <할머니가 간다>(원제: Two Raging Grannies)는 호기심 가득한 두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전세계적으로 장기적인 경제불황으로 인해 사회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90세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호기심과 배짱이 두둑한 할머니들인 셜리와 힌다는 지금의 이 경제 위기가 왜 생겼는지 그에 따른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스크린을 통해 묻고 있다. 느릿느릿한 행동과 연골이 닳아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아픈 무릎으로 신체의 노화를 대변하고 있는 이 할머니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사람들을 만나러 이곳저곳 찾아다닌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오는 사회 모습은 현실 안주적인 생각들과 맹목적 외면, 이기적인 편견과 선입견 뿐이었다. 이 부분을 통해 '현실 안주' 질환에 걸린 사회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렇지만셜리 할머니는 그녀의 손녀의 밝은 미래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영화 내내 생각하고 고민한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학 강의를 듣기도 하고 은퇴한 물리학자, 월 스트리트의 거물과 각종 전문가들을 만나 경제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가, 성장만이 경제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가, 영원한 성장이란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를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를 대신해서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공격적으로 질문하고 있다.

또한 국제환경영화경선 단편 애니메이션, 스웨덴의 마야 린드스트룀 감독작 <베이비붐 차일드>(원제: 00-Baby Boom Child)는 기성세대를 대신하고 있는 어머니와 미래세대를 나타내고 있는 아들의 이야기이다. 자전거를 타고 황량한 공장지대를 지나는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를 통해 유한한 자원에 대한 문제 제기를 비롯해 특히 석유 자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석유를 대체할 만한 자원을 물색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여건을 감안할 때 과연 우리가 석유만 의존해 살아나갈 수 있을지, 현재 삶의 방식에 대한 미래 세대의 투영체인 ‘아들’이 던지고 있는 강력한 메시지는 우리가 곱씹어 볼 만한 주제이다.

‘경제성장’, ‘자원문제’ 등의 영화 주제만으로 볼 때 자칫 ‘영화가 딱딱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그러나 캐릭터의 독특함과 재기 넘치는 상황 설정 등으로 영화 내내 관객들에게 재미를 넘어선 감동과 반성의 메세지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