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낭만의 소멸
낭만이 사라진 비인간적인 세계에서 산다는 것
일상에서 낭만이 사라졌다는 것은…
얼마 전에 있었던 5월의 기나긴 연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분간 없을 황금 같은 장기 휴일을 최대한 만끽하기 위해 혹은 그동안 고생 많았던 자신에게 진한 보상을 해주기 위해 여행을 다녀왔을 것이다. 실제로 매년 설, 추석 등과 같은 연이어지는 연휴 기간을 이용하는 국내외 여행객들이 예년에 비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갑갑한 일상을 탈피하고 싶고 지나치게 익숙한 한국 땅을 벗어나고 싶은 우리의 마음과 그 속뜻이 은연중에 내비치는 모습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책 <낭만의 소멸>은 “여행은 현대인이 추구하는 최고의 낭만이 되었다”라고 말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SNS에서는 여행을 다녀온 자취와 그 흔적을 알리는 ‘사진 업뎃’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사람을 만나지도 않은 채 모바일에 둥둥 떠다니는 갖가지 ‘여행 인증 샷’을 통해서 지인들의 일상을 매일 같이 확인한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우리의 일상이 그리 낭만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다”라며 책은 오늘날 여행이 일상이 돼버린 우리의 삶에 반기를 든다. 또 “일상에서 벗어나 미지의 공간을 여행하며 낭만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약간의 낭만도 느끼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라고 덧붙이며 너무도 기계적으로 변모해버린 비안간적인 세계를 지적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그 옛날 아날로그 정서가 아름다웠던 이유를 설명한다.
‘휴대전화’, ‘디지털’, ‘문화 산업’, ‘정치경제’, ‘일상의 문화낭만 없는 시대’. 책은 총 여섯 가지의 커다란 틀 안에서 낭만이 왜 사라졌고, 우리에게서 낭만을 앗아간 것은 무엇인지, 낭만의 소멸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과 초래할 문제 등을 짚어나간다.
낭만의 소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넓히고 비인간적 세계를 창조해낸 일등공신이다. ‘만인에 의한 만인의 소외’, ‘자신에 의한 자기소외’가 거의 일상이 된 오늘날 사람들은 각자의 캄캄한 골방 안에서 단지 인위적인 불빛만을 발하는 휴대전화와 텔레비전에 의지해 슬픔도, 기쁨도, 즐거움도 혼자만의 공간에서 견뎌낸다.
"지금은 낭만도 산업화된 시대다. 일시적으로라도 낭만을 느끼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구매해야 한다. 이런 시대에는 그 어떤 것도 온전한 낭만이 될 수 없다." - <p.07 머릿말 中>
"약속을 정하고 상대방이 나타날 때까지 무턱대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시대가 있었다. 어찌 보면 그랬기 때문에 사랑에 더 무게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기다림은 간절함을 낳고, 간절함은 사랑의 감정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중략…) 그에 따라 기다림에 내포되어 있던 종교적 엄숙함은 가벼움과 발랄함으로 대체되고 말았다." - <p.027 휴대전화‧소통 혹은 단절의 오브제 中>
책은 인위적 구조의 일상에서 작위적인 몸부림에 지쳐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의 우리의 자화상을 ‘낭만의 소멸’에 포커스를 두고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낭만의 소멸>을 통해 독자들은 글 속에 숨겨져 있는 함의와 낭만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이 사회에서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