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법안 만들라!

후쿠시마 사고와 세월호 참사 교훈을 되새겨야

2014-05-07     김영식 기자

온 국민을 슬픔과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에 대해 뒤늦은 후회와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대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불안의 요소들을 제거하고 안전대책을 강화하는 것만이 이와 같은 사태를 반복하지 않는 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사회를 송두리째 날릴 수 있는 최악의 위험 요소인 원전의 안전, 특히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통한 가동문제는 반드시 짚고 가야 할 문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세월호 참사를 통해 확인했듯이 수명이 오래된 원전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장 모든 원전의 가동을 멈추기 어렵더라도, 최소한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사고발생확률이 가장 높은 노후 원전은 폐쇄해야한다. 그리고 이제라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회는 수명 다한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2007년과 2012년에 30년 가동 수명이 다한 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와 월성원전 1호기가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은 고리원전 1호기의 증기발생기를 교체하고 10년 수명연장을 신청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36년째 가동 중이고, 월성원전 1호기는 핵연료가 들어 있는 압력관을 교체하고 10년 수명연장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전 세계 원전 중에서 설계 수명인 30년을 다 채워 가동한 경우는 드물다. 2011년까지 60년 원전 가동 역사 중에서 143기의 원전이 폐쇄되었는데 평균 가동연수가 23년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기계와 콘크리트 건물도 수명이 있기 때문에 30년 가동을 하고 난 뒤에 노후화로 인한 고장과 사고 발생확률이 높아지는데 원전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원전은 핵분열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핵분열 시에 나오는 중성자선과 방사선, 고온고압과 화학적인 환경으로 인한 부식 등으로 노화정도가 더 심각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원전을 이루고 있는 수백만개의 부품이 수명을 다한 뒤에도 멀쩡하리라고 보기 어렵다. 1000메가와트(MW)를 기준으로 배관길이와 케이블 길이만도 각각 170킬로미터(km)와 1,700킬로미터(km)에 이르는데 30년 수명이 지난 뒤에 물리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배관이나 케이블 파손은 냉각과 전기 공급 능력, 원자로 상황을 알려주는 신경계통 능력 등을 무용지물로 만들어서 중대 사고를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대사고 발생 시에 대처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실제 고리원전 1호기는 수명연장이 결정된 이후에 뒤늦게 알려진 원자로 취성화로 인해 지금도 불안하게 가동 중이다.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가 중성자선에 의해 매우 약해져 있는데, 뜨겁게 달궈진 원자로에 갑자기 찬 냉각수가 끼얹어졌을 때 유리처럼 파손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그런데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측정 방법을 편법으로 바꿔서 수명연장을 허가해줬다.

월성원전 1호기는 체르노빌과 마찬가지로 핵연료가 있는 원자로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어서 세계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원전이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수명 연장한 사례도 거의 없으며 종주국인 캐나다조차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폐쇄를 결정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2012년 월성원전 1호기를 점검한 뒤 “모든 구조물과 부품들의 열화(degradation) 메카니즘과 노화(ageing)효과들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는 월성원전측이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결론지었다. 

수명연장이 결정되는 과정도 투명하지 않다. 고리원전 1호기와 월성원전 1호기의 안전성평가 보고서는 지금도 공개되어 있지 않다. 경제성 평가와 안전성 평가 모두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되어서 고리원전 1호기의 원자로 상태도 수명연장이 결정된 이후에 알려졌다. 경제성과 안전성평가과정이 공개되고 공청회도 거치는 해외에 반해 우리나라는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수명연장 승인을 받기 전에 수천억원의 비용을 들여 기기를 교체해 놓고 수명연장을 신청하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사후적으로 승인해 주는 절차를 거친다.

이에 대해 현재 한수원의 조석 사장은 지식경제부 차관 시절인 2012년 원자력계 행사에 참석해 “월성 1호기 연장해야 할 것 아니겠느냐”, “우리 원자력계 일하는 방식 있지 않습니까. 허가 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돈부터 집어넣지 않았습니까”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원전 수명연장은 안전 안전성을 낮추는 결정일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고대비도 한참 부족한데 국토는 좁고 인구밀도는 높아서 고리나 월성 어디에서라도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피난갈 곳도 없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수명 다한 고리원전 1호기와 월성원전 1호기를 폐쇄하도록 조치하고 국회는 더 이상의 수명연장이 될 수 없도록 관련 법을 발의해서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출처: 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