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여론조사비 대납' 2심 무죄…1심 상실형 뒤집혀
명태균 진술 신빙성 의문에도 간접증거 증명력 평가 달라져 결론 엇갈려 재판부 여론조사 의뢰 및 비용 대납 요청 사실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아
[뉴스토피아 남희영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관련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 대해 1심의 벌금 1000만원 및 추징금 2100만원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씨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 오 시장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인 김한정씨에게 비용을 대납하도록 요청했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1심은 명씨가 실시한 10건의 여론조사 중 5건에 대해 오 시장의 의뢰 사실을 인정했고, 김씨가 지급한 3300만원 중 2100만원이 해당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판단했다.
1심과 2심 모두 명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간접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평가가 달랐다. 1심은 명씨 진술이 일관되지 않으며, 오 시장이 울면서 여론조사를 부탁했다는 주장 등은 객관적 정황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카카오톡 대화 등 일부 객관적 증거와 부합하는 진술 부분에 대해서는 신빙성을 인정했다.
반면 2심은 명씨 진술의 전반적 신빙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일부 진술만을 유죄의 근거로 삼으려면 충분한 근거나 보강증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씨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 정황과 배치되는 부분이 많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명씨가 직접 경험한 사실과 추측 혹은 과장된 내용을 구분하기 어렵고, 수사가 진행될수록 진술이 구체화된 점, 2024년 12월 오 시장이 자신을 고소하겠다고 밝힌 이후부터 관련 진술을 본격적으로 한 점도 신빙성에 의문을 더했다고 밝혔다.
2심은 오 시장의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요청 사실 모두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1심이 주목한 여론조사 의뢰 동기와 비용 지급 경위 등에 관한 간접증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오 시장이 당내 경선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의뢰 동기가 있다고 봤으나, 2심은 명씨가 오 시장을 만나기 전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에게 공유한 점을 들어 오 시장의 의뢰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씨가 오 시장 의뢰에 따라 여론조사를 수행했다기보다는 정치적 역량을 과시하고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접근해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용 대납 경위에 대해서도 1심은 김씨가 명씨와 별다른 친분이 없던 시점부터 거액을 송금한 점을 들어 오 시장의 요청에 따른 대납으로 봤으나, 2심은 김씨가 강 전 부시장을 통해 명씨의 연락처를 알게 됐고, 지급한 돈이 각 여론조사 비용에 대응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오 시장이 김씨에게 직접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2심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 새롭게 제출된 명씨와 김씨의 통화 녹음파일에는 명씨가 김씨에게 "오세훈이는 몰라요"라고 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재판부는 이 녹취록이 오 시장으로부터 여론조사를 의뢰받았다는 명씨 진술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 측과 명씨 사이에 만남과 여론조사 결과 공유, 김씨의 금전 지급 사실은 인정했으나, 이 같은 정황만으로 오 시장이 직접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같은 재판부는 지난 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수수' 사건에서도 1심의 징역 2년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 의뢰나 협의 등 의사 합치가 입증되지 않았으며, 명씨가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사건 모두 명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정치인들에게 전달됐다는 사실만으로 불법 정치자금 수수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결과 전달이나 관련자들과의 교류 정황이 있더라도 정치인이 이를 의뢰하거나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사실은 별도로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려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검사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피고인의 주장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