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관절통, 체중감소, 구토에 설사까지...“부신기능저하증 의심해 봐야”
[뉴스토피아 정대윤 기자]부신은 양쪽 콩팥 위에 위치하는 대표적인 내분비샘입니다. 우리 몸에는 부신 외에도 뇌하수체, 갑상선, 췌장, 고환, 난소와 같은 다양한 내분비샘이 존재하며 이들은 각기 다른 호르몬을 혈액 내로 직접 분비하여 신체의 다양한 생리적 기능과 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부신부전증이라고도 불리는 부신 기능저하증은 부신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적절히 생산하지 못해 발생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심한 부신부전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심한 복통, 구토, 무기력, 피로, 저혈압, 체중감소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부신부전증을 이해하려면 우선 부신의 성격과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부신은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하나씩 있으며 무게는 각 5 g 정도입니다. 크기가 작아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부신의 단면을 보면 안쪽의 수질과 바깥쪽의 피질로 나뉩니다. 수질에서는 우리 몸의 혈압 유지와 신경활성에 매우 중요한 아드레날린이 분비됩니다. 부신 피질에서는 당류코르티코이드, 염류코르티코이드, 성 호르몬 등 세 가지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각각의 호르몬은 각기 다른 부위에서 합성되고 각기 다른 역할을 합니다.
부신부전증란 결핵, 자가면역, 유전, 종양의 전이 등 여러 이유에 의해 부신이 파괴되면서 부신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결핍되어 나타나는 신체장애를 말합니다. 부신 자체 문제로 인한 부신부전증을 1차성 부신부전증이라고 합니다. 반면, 뇌하수제종양이나 방사선 치료 등에 의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이상으로 부신 당류코르티코이드 합성이 안 되어 부신이 활성화되지 않는 부신부전증을 2차성 부신부전증이라고 합니다.
부신부전증은 흔하지는 않지만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잘 알고 대처해야 합니다. 국내 보고는 없지만 서양에서는 1차성 부신부전증 환자는 100만 명당 140명 정도로 추산되고, 발생률은 인구 100만 명당 4명꼴입니다.
부신부전증의 증상은 우선 피곤하고 전반적으로 힘이 없습니다. 근력도 감소하고 근육통과 관절통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체중이 감소하고 식욕도 거의 없으며, 먹은 것 없이도 구역질이 납니다. 배가 아프고 설사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상이 특이하지 않아서 부신부전증 환자의 50% 이상이 발병하고 1년이 지나서야 병원을 찾게 됩니다.
1차성 부신부전증에서는 부신에서 당류코르티코이드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당류코르티코이드를 만들라는 명령을 주기 위해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호르몬은 증가합니다. 특히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은 많이 분비되면 멜라닌 색소를 침착시키는 호르몬이 같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피부와 잇몸에 색소침착을 유발합니다. 염류코르티코이드 감소로 인해 혈압이 떨어지고 몸 속에 나트륨 이온이 감소하면서 만성 두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성 호르몬도 감소하므로 성욕이 감퇴하고 치모 소실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급성 부신부전증은 부신의 세균 감염으로 인해 조직이 파괴되거나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다가 갑작스럽게 중단하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당류코르티코이드를 치료 목적으로 3주 이상 사용하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 억제되면서 부신에서 당류코르티코이드 호르몬 생산을 중단합니다. 이때 당류코르티코이드를 갑자기 끊으면 부신부전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만성 부신부전증 환자에서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필요한 부신 호르몬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 부신부전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성 부신부전증은 자가면역성 부신염, 결핵,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전이성 암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결핵에 의한 경우가 흔합니다. 자가면역성 부신염은 제1형 당뇨, 갑상선 기능항진증 등과 함께 나타날 수 있으며, 종종 성선기능저하증과 악성빈혈 등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뇌하수체 종양 혹은 다른 원발암이 뇌하수체로 전이되어 2차성 부신부전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핵이 만성적인 부신부전증의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결핵을 적절하게 치료한다면 부신부전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치료제 사용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병원에서는 가능하면 스테로이드 치료제 사용을 줄이고, 불가피하게 장기적으로 사용한다면 갑작스럽게 중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 약물을 사용하는 환자는 자의적으로 중단하거나 증량하지 말고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합니다.
이미 만성부신부전증이 있다면 필요에 따라 치료용 스테로이드를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할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는 질병, 스트레스 등에 의해 부신 호르몬의 필요량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병원에 이러한 사실을 정확히 알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