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서울대병원도 '비상경영' 선언...60개 병동 중 10개 폐쇄

"올해 배정 예산 원점서 재검토"

2024-04-02     남희영 기자
서울대

 

[뉴스토피아 남희영 기자]서울대병원이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이 길어짐에 따라 “부득이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며 “올해 배정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연세의료원과 서울아산병원에 이어 세 번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그룹은 2일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병원을 포함한 수련병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의 공지사항을 올렸다.

병원은 "올해 배정된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비상진료체계는 절대 무너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하겠다"며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환자 안전을 위해 교직원 여러분께서 널리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이어 병원은 "여러분의 헌신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슬기롭게 이겨왔다. 이번 위기 또한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하자"고 협조를 당부했다.

이른바 서울의 '빅5'병원 중 공식적으로 비상경영을 선언한 것은 서울대병원이 세 번째다. 앞서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말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2배로 늘려 1000억원 규모로 만드는 등 의료공백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왔다.

본원은 전체 60여개 병동 중 10개가량을 폐쇄했으며, 병동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서 노동자와 환자는 방치되고 있는데,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노동자들에게 무급휴가 등의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 외에도 전날 세브란스병원 앞에서는 19개 서울지역 수련병원 노동자 대표들이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사태인데, '비상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병동 폐쇄와 함께 수백 명의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무급휴가로 내몰리며 일방적인 임금 삭감을 강요받고 있다. 이는 고통 분담이 아니라, 분명한 '고통 전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연세의료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지난달 중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기로 하고 병상·인력 운영 효율화에 들어간 바 있다. 서울성모병원 또한 비상경영 체제 돌입과 그에 따른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서울병원은 아직 무급 휴가나 비상 경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