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19~20세기 불교회화와 초본·복장물 전시
2층 불교회화실 전시 ‘불화’ 교체...2월15일~7월21일 23건 37점 전시
[뉴스토피아 정상원 기자]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오는 7월 21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에서 19~20세기 불교회화와 초본 총 23건 37점을 선보인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15일 개막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불교 회화 3점도 최초로 공개된다. 2021년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중 최초로 공개되는 근대 불교회화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적인 화승(畵僧)들의 작품 가운데 ‘제석천’은 19세기를 대표하는 화승 천여(天如)(1794~1878)가 1843년에 그린 것이다.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은 파도 속에서 솟아오른 바위에 편안히 앉아 있는 수월관음의 모습으로, 1854년 전라도 지방에서 활동한 도순(道詢)이 그렸다.
‘불화 밑그림’은 작은 화면에 먹으로 동자·옥졸·판관 등 명부 관련 불화에 등장하는 하위 권속의 모습을 빼곡하게 그렸다. 시왕도나 지장보살도, 감로도 등을 그리기 위한 습작으로 보이며, 근대 불화승의 일상적인 작업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고산 축연(古山 竺衍)(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 활동)은 금강산 유점사에 머무르며 전국적으로 작품을 남겼다. 축연의 작품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의 등장인물들은 얼굴의 이목구비와 주름, 몸의 양감 표현에 서양화의 음영법을 사용하여 입체감을 표현했다.
이들 작품은 넓게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기에 해당하는 근대기 불교회화는 조선시대의 불교회화 제작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이 시기에 새롭게 도입된 서양 화풍의 영향을 받아들여 독특한 표현 양상을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실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꼼꼼히 그린 초본도 함께 선보인다. ‘지옥을 다스리는 지장보살 밑그림’은 서울 경국사에서 60여 년간 머무르며 불상과 불화를 조성한 보경 보현(寶鏡普賢, 1890~1979)의 작품이다. 이 초본은 세부를 그린 후 각 부분에 ‘백(白)’, ‘황(黃)’, ‘진홍’ 등 어떤 색을 칠할 것인지 자세히 적어 넣어, 이후의 작업 단계에서 참고할 수 있게 했다. 이 초본은 1917년에 조성된 ‘지장암 자수지장보살도’와 화면 크기 및 구성이 동일해, 자수 불화의 초본으로 그려진 사실을 알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기까지는 사회의 급격한 변동과 함께 불교와 불교미술을 둘러싼 위상과 환경도 변화하는 시기였다”며 “근대의 불교회화는 조선시대의 불교미술 조성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요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오늘날의 불교미술로 계승되기까지 시도되었던 다양한 노력의 모습들을 만나보길 바란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