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20초 만에 2400만원 털려”... YTN 보도로 뒤늦게 알려져

2020-10-20     고천주 기자
마카오

 

[뉴스토피아 고천주 기자]강원랜드에서 손님을 가장한 외국인들이 순식간에 슬롯머신을 털어 현금 수천만원을 들고 달아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YTN에 따르면 지난 2월 외국인 남녀 세 명이 슬롯머신 앞에서 게임을 하는 척하다가 일행 중 한 남성이 기기 앞판을 조심스럽게 열고 현금통을 빼내 준비한 가방에 2400여만원을 쏟아넣고 현장을 빠져나갔다고 20일 보도했다. 도주에서 범행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여초에 불과했다. 강원랜드 측이 도난 사실을 파악하고 신고를 접수한 것은 사건이 발생하고 1시간 30분이 지나서였다.

그런데 YTN이 입수한 강원랜드의 자체 감사보고서를 보면 근무 실태는 물론 열쇠 관리도 엉망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범행이 발생한 당시 강원랜드 영업장엔 보안요원 10여명이 근무 중이었고 도난사건 발생 당시 슬롯머신 기기 상단부의 상태 확인 표시등에선 경보장치가 정상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보장치가 울렸음에도 보안요원들은 현장을 확인하지 않은 채 '빈자리 표시'나 '단순 기기 오류'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사후 대처도 허술하긴 마찬가지였다. 당시 도난을 최초 확인한 직원이 상황실을 찾아 신고 요청했지만 상황실 직원은 사건 관련 용어가 이해가 안 되니 직접 신고하라고 하는 등 서로 미루는 사이 20분이나 지체되면서 범인을 잡을 기회를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강원랜드의 자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6년 전인 2014년 만능열쇠 중 파손된 한 개를 폐기 처리하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폐기하지 않았고 담당자가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 그 뒤 담당자가 바뀌었지만 이 사실은 전달되지 않으면서 도난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최소 5년여 동안 폐기되지 않은 만능열쇠의 존재 사실을 관리책임자 그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2016년에는 노후된 머신 170여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열쇠가 여러 개 분실됐다는 사실도 이번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파손된 열쇠를 추가 구매할 때도 지정 보안 업체가 아니라 지역의 일반 업체를 통해 구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열쇠들이 어떻게 없어졌는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마스터키 관리 부실과 초동대처 미흡 등으로 희대의 도난 사건이 발생한 예고된 인재였다”며 “재발방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자체 감사를 마친 강원랜드는 관리감독 소홀과 직무태만 등을 물어 직원 7명을 최종 징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