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전, 안전한가?

경제성 VS 안전성···두려움의 ‘판도라’는 열렸다

2016-12-19     남희영 기자

[뉴스토피아 = 남희영 기자] 지난 9월12일 발생한 5.8지진으로 인해 수동 정지한 월성 원자력 1~4호기에 대한 정밀점검 결과 안전운전에 영향이 없음을 확인하고 지난 5일 재가동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달 14일 오후 5시53분경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지점에서 규모 3.3(기상청 발표 기준)의 여진이 또 발생했다. 최근 개봉한 재난영화 ‘판도라’가 국내 원자력 발전소 폭발을 다루면서 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등 원자력 사고에 대해 불안감이 고조된 분위기다. 세계 6위 원전 보유국이자 원전 밀집도 세계 1위인 한국. 한국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원자력 사고에 안전한 나라인가?

원자력 사고의 공포···영화 ‘판도라’가 현실이?

연이은 지진으로 인해 영화 ‘판도라’가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원자력 사고에 대한 공포는 폭발로 인한 피해뿐 아니라 방사능으로 인한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 앞바다의 9.0 대지진에 이어 쓰나미가 강타하면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침수됐다. 이로 인해 전원 및 냉각 시스템이 파손되고 핵연료 용융과 수소폭발과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방사성 물질을 머금은 오염수가 바닷불에 누출되고 제1원전 부지 내의 토양에서는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과 다양한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다. 당시 이 사고로 인해 한국에서도 극미량이지만 요오드-131과 같은 방사성 원소가 대기 중에서 검출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사고의 경제적 피해 추정액 최대치는 일본 정부 1년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48조 엔에 이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외에도 1986년 구소련(현재 우크라이나) 체르노빌(Chernobyl) 원자력 발전소 사고, 1957년 키시팀(Кышты́м) 사고,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 1957년 영국 윈드스케일 원자로 사고, 1987년 브라질 고이아니아(Goiânia) 방사능 물질 누출 사고 등이 있었다.

인류는 20세기 중반부터 원자력을 발견해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원자력 사고라는 엄청난 재앙을 겪었다. 또한 아직도 많은 국가들이 원전 건설에 사회적 반발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있다.

전쟁 위해 탄생한 ‘원자력’, ‘인류 제3에너지’ 되다

원자력에너지란 핵분열 시에 발생하는 열에너지로 이 열에너지를 이용하여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회전시켜 발전(發電)하는 것이 원자력발전이다. 원자력을 동력으로 이용한 최초의 사례는 원자력잠수함이다. 그후 1950년대에 영국에서 흑연감속로, 미국에서 비등수로나 가압경수로를 이용한 발전소가 건설되었고,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등지에도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졌다.

2차대전 후 미국에서는 원자력을 원자탄이 아니라 전기 에너지 생산에 이용하는 소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Atoms for Peace) 계획이 발표되었고, 이에 따라 미국, 영국 등지에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었다. 그후 프랑스, 일본, 독일, 캐나다뿐만 아니라 인도나 한국에도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와 연구용 원자로가 퍼져갔다.

특히 화석연료를 대부분 수입하는 일본, 한국, 서유럽 국가에서는 원자력발전이 더욱 확대됐으나 1986년 체르노빌 대규모 원전 사고 이후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원자력발전이 쇠퇴기를 맞았으나, 한국과 일본,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원전을 확대했다.

그러나 사고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 폐기물 대책의 곤란 때문에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은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찬반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숭실대 경제학과 온기운 교수는 칼럼에서 “우리나라는 원전 발전량 비중이 35% 정도로 석탄발전과 비슷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은 거의 없다. 2030년 온실가스를 3억1500만t 줄일 목표를 국제사회에 천명한 우리로서는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전의 역할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물론 영화처럼 만에 하나 원전 안전성에 조금이라도 허점이 있다면 국토면적당 원전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치명적인 재앙을 당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국의 원자력, 더 많아진다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1호기를 필두로 원자력을 활용한 전력공급이 시작됐다. 이후 1983년 월성1호기, 이후 2, 3, 4호기는 1997년부터 1999년 사이에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 운영 중인 25개 원전과 건설 중인 원전까지 합해 2022년에는 총 42개를 완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원전 밀집도와 원전 주변 인구 밀집도는 세계 1위이다. 1개 원전의 30km 이내에 9개의 광역시가 모여 있어 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들도 높다.

동국대학교 김익중 교수는 한 방송에서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사고,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들의 공통점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확률이다. 원전 개수가 많은 나라 순으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 공사를 늘리기를 꺼려했고 탈핵을 주장하는 나라들도 있었다. 미국의 원자력 분야 칼럼니스트인 존 메클린은 원자력은 기술적, 경제적, 윤리적으로 재앙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원이 차단되면 수소가 농축되어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우리나라의 고리원전은 전원이 차단되어도 수소를 제어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추가로 설치되어 있어 좀 더 안전하다. 또한 수소가 폭발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건물 전체 두께가 120cm여서 폭발로 부서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2016년 현재 4개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총 24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며 전체 원전 단지 반경 30km 이내에 9개의 광역자치단체와 28개의 기초자치단체가 밀접해 있다.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해도 ‘원전 밀집도 세계 1위’가 원전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현실이고 자연재해를 모두 예측할 수 없듯이 국민들은 영화 ‘판도라’가 불가능한 허구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

월성 1~4호기 재가동··‘안정성 지속적 확인할 것’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원전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고 가장 가까운 월성 원전도 현재 정상운전 중이다. 원자력환경공단도 이날 발생한 지진으로 방폐장은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원안위가 지난 9월12일 경주 지진 발생 직후부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를 파견해 80여 일간 현장점검과 성능시험 입회 등을 통해 원전 안전성을 확인한 결과 월성 1~4호기 수동정지후 일시적으로 삼중수소 농도가 증가했으나 제한구역 경계지점에서의 주민피폭선량평가 결과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삼중수소 증가 원인이 됐던 보조보일러 손상 문제도 부품 교체로 조치를 완료했다. 주요 시설·설비의 물리적 건전성(손상·누설·변형 여부)도 특이사항이 없음을 확인했다.

입회검사와 시험기록 검토를 통해 주요 계통(반응도제어계통, 원자로건물계통 등)과 가동중시험 대상 펌프 전량 및 주요 밸브(원자로건물 살수밸브, 비상노심냉각계통 밸브 등) 등의 성능도 유지됨을 확인했다.

규모 5.8 지진과 500여회 여진에 의한 원전의 영향은 모두 설계기준에서 고려됐던 수준 이내이며 기기에 미치는 피로영향은 설계기준 지진의 20% 수준으로 평가돼 월성원전 1~4호기의 건전성이 유지됨을 확인했다.

월성 1호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조치 이행차원의 계속운전심사 과정에서 안전정지유지계통에 대한 내진보강이 모두 완료되었음을 확인했다. 월성 2, 3, 4호기는 추가 내진보강이 필요한 기기에 대한 성능시험 확인 결과 내진성능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원안위는 지난 11월1일부터 계획예비정비에 들어간 월성 4호기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해 임계전검사항목 79개에 대한 점검을 완료하고, 현재까지 검사결과 원자로 임계에 따른 안전 운전에 미치는 영향이 없음을 확인했다.

원안위는 향후 원전시설별 내진성능을 정밀 재평가하는 한편, 설계기준 초과 지진에 대비한 방재대책과 주민보호 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지진발생 지역에 대한 정밀지질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설계지진 적합성평가 등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환경시민단체 ‘원전 재가동, 판도라 상자 여는 것’

그러나 지진이 계속 발생하는 경주에서 월성원전 1~4호기의 재가동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재가동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월성원전 1·2·3·4호기 재가동이 결정되자 환경시민단체 연합체는 다음날 월성원전 재가동 승인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원안위에 전달했다.

이들은 원안위를 향해 “대통령 탄핵이라는 혼란 상태를 틈타 기습적으로 월성원전을 재가동하기로 승인했다”며 “경주지진 때 확인한 활성단층의 존재를 잊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는 직무유기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강력한 지진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방심에서 비롯됐다”면서 “경주지진의 경고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핵이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릴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원전 1~4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며 “이에 대해 경주시민은 월성원전 재가동을 강력히 반대하며 시민 안전에 전혀 쓸모없는 정부 주도의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해체하고 국회주도로 재구성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9.12 경주 지진 대책으로 2019년 말까지 월성 인근지역의 단층 정밀조사 추진을 약속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9.12 경주 지진 대책으로 2018년 4월까지 원전의 내진성능을 규모 6.5에서 규모 7.0으로 보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러한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채 월성원전 1~4호기 재가동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이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1호기의 ‘격납건물 종합누설률시험(ILRT)’ 평가에서 누설률이 0.2416 wt%/day로 합격기준(0.375 wt%/day 이하)을 만족한다고 했지만 월성원전의 누설률 합격기준을 0.375%로 0.1%보다 상향조정한 이유를 해명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의당 소속 김재남 전 국회의원도 “제대로 된 안전점검 없이 원안위가 재가동을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며 “이 과정에서 국회에 보고절차도 없었고 주민 의사도 묻지 않는 비민주적 행태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두 얼굴의 에너지, 원자력···방사능 폐기물은 ‘재앙’

지진에서 시작된 후쿠시마의 재앙. 최근 우리나라에 잇따라 지진이 발생하면서 한국의 노후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게 될 경우 생기는 피해는 실로 어마어마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있다. 우라늄이 핵분열을 하면 원자핵이 쪼개지면서 강한 독성의 물질들이 튀어나오는 것을 방사선이라 한다. 방사선을 뿜어내는 물질을 방사성 물질이라고 하고, 방사선의 세기를 방사능이라고 한다.

핵실험으로 방사성 낙진이나 원자력 시설에서 방출된 방사성 폐기물 등 인공방사능에 의해 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방사능오염 또는 방사성오염이라고도 한다. 천연 방사성 물질에 의한 오염은 극히 제한되어 있고, 대부분의 경우 인위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다.

방사성 폐기물은 크게 방사선의 세기가 큰 고준위 폐기물과 방사선의 세기가 약한 저준위 폐기물로 나뉜다.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쓰고 남은 핵연료를 고준위 퍠기물이라 분류한다. 반면 원자력 발전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입던 작업복 · 덧신 등 포함되며 이를 태우고 남은 재와 원전 내에서 생기는 폐수와 기체, 방사능을 걸러낸 필터, 액체 폐기물 처리 과정을 거친 뒤 남은 찌거기 등을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관리되고 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얼마전 프랑스 파리 NEA 본부에서 OECD NEA(Nuclear Energy Agency·원자력기구)와 방사성폐기물 관리 분야의 지속적인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해 중저준위와 고준위방폐물 관리분야 전반에 대한 기술 및 정보 공유, 인력 파견 등에 상호 협력키로 했다.

대기권 핵실험과 더불어 원자력 시설 및 원자력 함선으로부터의 배기‧배수에 의한 환경의 방사능 오염과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 방사능 대량 방출로 인한 방사능 오염 피해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병원이나 실험실, 공장 등에서 나오는 방사능 오염문제도 심각한 상태이다. 노출된 방사성 물질은 토양과 식물, 동물을 오염시키고 결과적으로 환경오염에 의해 여러 경로로 인간의 몸 안에 축적되어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방사능 물질에 오염되면 암 발생을 높이거나 신체 기형 등의 건강장애를 초래하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반핵·탈핵 운동 확산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많은 국가들이 탈핵을 선언했지만, 우리나라는 원자력이 깨끗하고 값싼 에너지라는 인식으로 원전에 의존해 대량으로 소비하고 있는 구조이다. 그러나 원전과 핵폐기장 건설비와 처리비용, 사회적 갈등 등을 감안하면 결코 싼 에너지가 아니다.

핵무기 사용과 개발 및 방사능 오염,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및 운전을 반대하는 반핵운동은 이제 고리1호기가 위치한 부산을 중심으로 원자력의 위험성을 인식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회로 나아가자는 탈핵운동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최근 일본 ‘탈핵운동의 대모(大母)’로 알려진 키요코 미토 여사(81)가 대한민국 ‘탈핵운동의 성지’인 강원 삼척시 근덕면을 찾아 “삼척을 보면서 후쿠시마의 판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200만의 주민이 거주하던 후쿠시마는 2011년 3월 11일 진도 9의 강진으로 핵발전소는 재앙의 진원지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일본의 54개 핵발전소 중 3곳만 가동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핵발전소 폭발사고 5년이 지나자 멈췄던 핵발전소 가동을 준비하고 방사능과 세슘 수치를 높이며 안전하다고 주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토 여사는 당국이 핵발전소 피해상황과 관련 정보를 숨기고 정확한 정보를 제때 즉시 공개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발생했던 원자력 사고만 봐도 초기대응에 따라 사고 규모와 인명피해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탈핵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 29개 단체들은 ‘잘 가라 핵발전소 100만인 서명운동 불교본부’를 결성하고 원전 철폐를 위한 범국민 서명 운동에 나서고 있다. 또한 원전 주변지역 시민단체들도 핵발전소 폐쇄와 핵발전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며 원전정책을 바꾸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큰 사고는 사고를 은폐하려다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경우가 많다. 우리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뉴스토피아 = 남희영 기자 / nhy@newstop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