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 첫 공판… 패터슨-리, '엇갈린 주장'

리 "패터슨이 칼로 찌르는 것 봤다"… 패터슨 측, 진술 신빙성 의혹 제기 '팽팽한 분위기'

2015-11-05     김유위 기자

[뉴스토피아 = 김유위 기자] 이태원 살인사건의 주범으로 기소된 아더 존 패터슨(36·사건 당시 18세)과 에드워드 리(36·당시 18세)가 18년 만에 법정에서 만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 지난 4일 패터슨의 살인 혐의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리는 증인으로 출석해 “패터슨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는 “손을 닦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세면기 앞에 붙은 거울을 통해 패터슨이 피해자를 찌르는 모습을 봤다”며“너무 놀라서 뒤돌아섰는데 피해자는 오른손으로 패터슨을 때리려고 한 장면을 본 것 같다. 피가 뿜어져 나오는 잔인한 장면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는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지 경황이 없어 잘 보지 못했고 바로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진술하며, 화장실에 패터슨과 함께 들어간 이유와 패터슨이 피해자 조중필(당시 22세)씨를 계속 붙잡고 있었는지 여부, 피해자의 사망 당시의 정확한 모습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패터슨 측은 리의 진술 신빙성에 의혹을 제기하며, 그가 ‘진범’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패터슨 측 변호인은 “사건 당일 증인이 패터슨의 칼을 가지고 장난치는 걸 봤다는 친구들의 진술이 있다”며 “경찰, 검찰 수사 때 칼에 대한 증인의 진술이 수차례 바뀌는데 이유가 있는가”하고 물었다.

이에 리는 “친구들이 그러한 진술을 한 적도 없고 수차례 바뀐 진술 역시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리와 패터슨은 검사들을 상대로 법정에서 직접 범행 다시 상황을 재연하기도 했다. 리는 패터슨을, 패터슨은 리를 진범으로 지목하며 각기 다른 상황을 재연했다. 이에 패터슨 변호인 측과 공판에 참석한 리의 아버지는 설전을 벌이다 퇴장을 하는 등 양측의 팽팽한 분위기는 한동안 지속됐다.

피해자의 어머니 이복수(73)씨는 법정 피해자 진술을 통해 “억울한 우리 아들을 위해 범인을 최고형, 엄벌에 처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이태원 살인사건’은 지난 1997년 4월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중필씨가 칼에 찔려 무참히 살해된 사건으로, 검찰은 당시 사건을 리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리고 리를 살인 혐의로 패터슨에게는 증거인멸죄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1998년 9월 리가 증거불충분으로 서울고법에서 무죄를 선고 받아 사건은 미해결 됐다. 이에 조씨의 부모는 이듬해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2011년 12월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재기소해, 2015년 11월 4일 18년 만에 패터슨과 리가 법정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뉴스토피아 = 김유위 기자 / kyw@newstop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