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날(刃)’을 세워야 할 때
무뎌진 ‘날(刃)’을 세워야 할 때
  • 편집국
  • 승인 2016.05.27 1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발행인 정대윤

[뉴스토피아 = 편집국] 나쁜짓을 하고 남이 알까 두려워하면 나쁜 짓 가운데 오히려 착한 길로 들어설 여지가 있고, 착한 일을 하고 남이 빨리 알아주기를 바라면 그 착한 곳이 곧 나쁜 짓의 근원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어버이날인 지난 5월 8일 아버지에게 카네이션이 아닌 둔기와 흉기를 찌른 남매는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도 당당한 모습을 보여 보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안산 토막살인범 조씨의 태연한 얼굴을 보면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고개를 숙여도 이들의 얼굴에서는 나쁜 짓에 대한 두려움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토막살인범 조씨의 얼굴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궁금했던 마스크와 모자 속에 가려졌던 범죄자들의 수많은 얼굴이 스쳐지나가는 듯하다. 자신들의 얼굴을 공개하라고 외치니 오히려 남매의 얼굴이 보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죄를 지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거늘, 그들의 눈빛이 이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착한 일을 한 것도 없이 남에게 칭찬을 받는 것도, 돌아서면 왠지 나쁜 일을 한 것도 없이 남에게 나무람을 받는 것 같이 느껴지는 법인데 말이다.

세월호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이들 남매나 조씨보다 더 강력한 범죄자다. 집에 든 도둑을 때려도 사람이 죽으면 정당방위가 아니라는데 하물며 불특정 다수를 향해 휘두른 흉기를 들고 정당방위라 말할 수 있을까?

앞서 말했지만, 나쁜 짓을 하고 남이 알까 두려워하면 나쁜 짓 가운데 오히려 착한 길로 들어설 여지가 있고, 착한 일을 하고 남이 빨리 알아주기를 바라면 그 착한 곳이 곧 나쁜 짓의 근원이 된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이제 정부도 검찰도 아무도 믿지 못하고 있다. 남이 알까 두려운 이들이 주변에 있다면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우리는 무디다. 우리는 참 무뎌졌다. 죄를 지은 사람도, 그것을 지켜보는 타인들도 무뎌졌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없다지만 대부분은 보이는 먼지만큼은 떼어내거나 먼지 나는 곳을 최대한 피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마치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처럼 우리의 몸 어딘가에 먼지가 쌓여있어 답답하다.

아무리 깨끗한 사람이라도 세상은 혼자서 살 수 없다. 함께 부대끼며 살아야 하기에 ‘범죄’를 바라보는 무뎌진 날을 조금씩이라도 갈아야 할 것 같다. 모두가 모여서 한바탕 대청소라도 해야 속이 시원해질 것 같은 먼지들이 많이 날린다. 먼지와 함께 녹이 슨 각자의 무뎌짐을 들여다보자. 무딘 날로는 그 어떤 것도 잘라낼 수 없다. S
 


[뉴스토피아 = 편집국 / ntpress@newstopia.co.kr]


-->
  • 경기도 파주출판도시 문발로 203 사유와문장 2층
  • 대표전화 : 02-562-0430
  • 팩스 : 02-780-4587
  • 구독신청 : 02-780-4581
  • 사업자등록번호 : 107-88-16311
  • 뉴스토피아 / 주식회사 디와이미디어그룹
  • 등록번호 : 서울 다 09795
  • 등록일 : 2013-12-26
  • 발행인 : 정대윤
  • 편집인 : 남희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남희영
  • 뉴스토피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토피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press@newstopia.co.kr
ND소프트